에봇이 무엇인가에 대해 학자들이 대답하지만 확실히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아무튼 에봇은 사제나 대사제와 관련되며 궁극적으로는 하느님의 뜻이나 결정을 알아내는 데에 쓰이는 물건이라는 것은 분명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에봇 자체가 직접 쓰이지 않고, 그 안에 들었거나 그것과 한데 묶인 가슴받이 안에 든 우림과 둠밈이 쓰였던 것으로 보인다.
우림과 둠밈이라는 히브리 말의 원뜻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금속이나 보석, 또는 나무로 주사위처럼 만들지 않았나 하고 추측된다. 이렇게 만든 두 개에 각각 다른 표시를 하였거나 색깔을 달리하였을 것이다. 그래서 하나는 우림, 다른 하나는 둠밈이라고 부른 것으로 보인다.
우림과 둠밈으로 하느님의 뜻을 여쭈어볼 때에는 질문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필리스티아인들이 수넴에 모여 와 진을 치자, 사울도 온 이스라엘군을 모아 길보아에 진을 쳤다. 사울은 필리스티아인들의 진영을 보고 두려워서 가슴이 몹시 두근거렸다. 그래서 사울은 주님께 여쭈어 보았으나, 주님께서는 꿈으로도, 우림으로도, 예언자를 통해서도 대답해 주시지 않았다. 그리하여 사울은 신하들에게 명령하였다. "혼백을 불러 올리는 여자를 하나 찾아내어라. 내가 가서 그 여자에게 물어봐야겠다." 1사무 28,4-
주님께서는 꿈으로도, 우림으로도, 예언자를 통해서도 대답해 주시지 않았다.
이 셋, 곧 꿈과 우림`-`둠밈과 예언자가 옛날 이스라엘에서 하느님의 뜻을 알아보는 공인된 세 가지 방식이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다윗 이후, 솔로몬 시대부터는 예언자의 역할이 더욱 확대되어 우림과 둠밈의 기능까지 넘겨받은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된다.
이는 초대교회에서 이용된 제비의 경우와 비슷하다고 하겠다. 제비로 마티아 사도를 뽑은 뒤에는(사도 1,23-26) 더 이상 제비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데, 이는 성령의 활동과 관련된 것으로 추측된다.
우림-둠밈이건 제비이건 중요한 것은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려는 마음이다. 하느님의 뜻을 아는 방식은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다르다. 이제 우림-둠밈도 제비도 사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주님의 기도’를 바칠 때마다,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임을 다짐한다. -임승필 요셉 신부님